여담

안녕 tv 바이바이,

가시박힌삶 2019. 5. 22. 18:11


내 어릴적 별명은  '테레비박사', '만화박사',

모든 tv프로는 나에게 맡겨라


미영아, 오늘 몇시에 뭐해?


으응, 그거 드라마 끝나고 영화보믄 돼, 오늘 방화에서 '미워도다시한번' 하거든


그러던 내가




혼자 있는데 남편 갑자기 들어와 tv틀어놓음
9분30초가량 한번 요구함 - 어차피 틀어놓고 옆에서 잠을 자니까
그냥 음소거라도 시켜달라고 요구
(나라면 이정도면 배려해서라도 눈앞에서 tv를 안켤텐데)
tv가 없으면 할게 없다는말이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어떻게 그럴수 있지?


그리고서 아침부터 이상하게 잠이 부족하고 몸이 피곤했었는데
자꾸 졸려서 한숨자고 일어나서 비스켓을 한봉지 먹으며 인터넷
검색을 하고,


43분경정도되서 또 TV를 틀어놓는다.
TV소리때문에 잠도 따로 잔다. 내가 TV를 틀어놓는걸 싫어하기때문에
따로 떨어져자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집에 있을때 벌어지는 하루 일과다.
잠시 볼일보고 들어와서 tv켜고, 좀 보다가 내가 끄라고하면
tv를 안보면 할게 없다고 그러고 , 그래서 그냥
틀어놓으면 좀있다 코걸며 잔다.


짜증나서 그러면 소리라도 음소거시키고
화면만 보라고 하면 잠시 그렇게 틀어놨다가 잠을 잔다.


왜 그렇게 악착같이 tv를 틀어놓는지 이해가 안간다.



나도 몰랐던 나 자신에 관한 사실중에,
나는 한번 뭔가에 신뢰를 잃으면 두번다시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는것을 알게되었다.



10년전이라해도 나는 늘 항상 그랬던듯하다.
사람에 관해서도 그렇고, 물건에 관해서도 그렇고,


내가 TV를 싫어하는 이유는 TV가 내게 완전히 신뢰를 잃었기때문이다.

지금은 심지어 tv를 보면 드는 생각이


만약 외계의 생명이 지구에 도착해 지구인들이 하는 행동들중
이상하다고 생각되는것이 있다면



왜 저런 네모상자를 틀어놓고 자기 감정을 리모콘으로
조절하는지 꽤 갸우뚱해할것같다.

네모난 상자에 리모콘을 누르면
자신의 기분을 
어떤때는 슬픔에 맞춰 슬프게도 만들고
어떤때는 기분좋게 상쾌하게도 만들고,
어떤때는 불같이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떤때는 너무 웃겨서 깔깔 거리며 방바닥을 뒹굴고,
또 어떤때는 아주 맛있는 음식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어떤때는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싶기도 하니말이다.

또 이제 급기야는 상대측에서 그 리모콘의 수를 조절하고,
보여줄 기분상태를 맞춰서 내보내기도 하니말이다.

이제는 뭐 그런정도의 '이상한 기계'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미안 TV,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