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지독한 하루하루

2015년 10월 4일 저녁 6시 30분경

가시박힌삶 2015. 10. 5. 22:51

2015년 10월 4일 저녁 6시 30분경

 

아이와함께 마트로 갔다. 오늘 하루 처음 집밖으로 나가는거다.

마트로 가는길 바짝 긴장하며 이벤트를 기다린다.

 

길목 사거리에서 할머니 한분이 앉아계신다.

긴세월 겪다보니 이젠 얼굴, 눈빛만 보아도 조직스토커인지 평범한 사람인지 알아볼수 있을정도로 내공이 쌓인터.

 

모르는척 그냥 지나치는데

지나치는 찰라. 할머니께서 박수를 치신다. 가만히 혼자 앉아있다가 갑작스레 박수를 치길래 얼결에 돌아보니

박수를 치는 모양이 영락없이 손을 앞으로 쭈욱 내밀고 누군가에게 신호를 주듯이 박수를 친다.

시골의 한산한 저녁 길모퉁이에서 혼자 앉아있다가 새몰이 하듯 박수를 치는거다.

 

그냥 모른척 무시하고 지나치려다가 할머니의 시선이 가는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아이는 옆에서 연신 왜?왜? 라고 묻는데 그냥... 이쪽으로 가자며 아이의 손을 잡고 그쪽으로 걸어간다.

 

신호등앞에선 할머니. 옆에서 핸드폰을 꺼내자 얼굴을 스윽 돌리려다가 내가 쳐다보자 약간 민망한듯한 표정.

내가 다시 돌아올줄을 몰랐던걸까?

 

외출시 수상한 사람과 마주쳤을때 돌발적으로 길을 꺾는건 어느순간부터 시작돼 습관처럼 되버렸다.

아니 분노였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묻고싶은 마음에 어차피 도착지는 변하지 않겠지만 ...

 

신호등이 바뀌길 할머니 옆에서 기다린다. 맞은편에 아까 없던 젊은두 남녀가 신호를 기다린다.

잠시후 신호등은 바뀌었는데 길을 건너는건 나와 아이뿐이다.

길을 건넌후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는 포즈를 취한다. 그들은 내 등뒤에 있다.

내 핸드폰을 보더니 남자가 여자 얼굴을 스리슬쩍 가린다.

부자연스럽다.

 

조직스토커가 가장 꺼리는것이 카메라라는걸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주 잘 알고있기에.

 

오늘은 어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집밖으로 하루종일 나오질 않는 , 언제 나올지 기약없는 나를 위해 미처 이벤트를 준비하지 못한걸까?

흐지부지하게 그냥 동선만 감시하고 그냥 지나친다.

장보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오른속으로 가방손잡이와 핸드폰을 동시에 잡으니 지나는 행인들.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행인들. 그리고 사람의 얼굴이 아닌 카메라를 먼저 의식하는 조직스토커일행들.  

 

이 겉으로도 멀쩡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대체 왜 , 무슨 경로로 이런 기막힌 일에 참여하는 것일까?...